2013년 1월 8일 화요일

[기사] 전자증거 개시… 한국기업에 대한 제언

출처 : http://www.lawtimes.co.kr/LawEdit/Edit/EditContents.aspx?serial=70472&kind=ba04

전자증거 개시… 한국기업에 대한 제언
Bryan Hopkins 미국변호사(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법인 에이펙스 자문변호사)

미 연방 증거개시규칙의 개정 및 Zubulake 판례 등에 따른 변화로 인해 전자증거개시와 관련한 전자정보(Electronically Stored Information)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upont v. Kolon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전자증거개시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취해왔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 상당한 소송 경험이 있는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전자정보와 관련된 문제를 애써 무시하거나 전자정보문서를 제출하지 않으려고 중재절차를 이용하여 전자증거개시 의무와 비용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물론 미국 내 중재절차를 이용하면 전자정보규정에 따른 수많은 의무와 부담에 대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전자증거개시 의무와 전자정보로의 요청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중재절차에서도 문서든 전자정보로 된 문서든 증거개시 의무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재절차를 이용하는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중재규칙에 따른 증거개시를 위한 전자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전자증거개시 의무가 국제 중재절차를 이용하는 한국기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증거개시와 전자증거개시

증거개시란 영미법계 국가(특히 미국)에서 소송과 같은 재판절차에 있어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관련 자료와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미국방식의 증거개시절차에서는 특별히 보호되는 문서들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각 당사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관련자료와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미국 증거개시규칙에 의하면, 상대방이 그 자료의 존부를 알든 모르든 증거제출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당사자는 그 사건과 관련된 방대한 양의 문서를 서로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한 미국 법원들은 소송에 있어 증거의 “관련성”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사안에 대하여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문서들이 제출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이 증거개시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과도한 경비와 부담을 피하기 위해 국제중재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절차를 선호하고 있다.

Zubulake 판례와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의 개정 이후, 전자증거개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전자증거개시의 남용은 가혹한 제재와 평결을 불러왔다. 전자증거개시라 함은 일반 종이문서나 물리적인 증거 및 매체 대신 단순히 전자정보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은 제34조에서 전자정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제34조 (a) 전자정보는 “그 저장형태를 불문하고 서면 (writings), 도면 (drawings), 그래프(graphs), 도표(charts), 사진 (photographs), 음성 녹음 (sound recordings), 영상 (images) 및 기타 자료 또는 자료의 모음을 포함한다.
- 제34조는 문서 제출의 범위에 전자정보의 제출도 포함된다고 규정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전자증거개시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다양한 종류의 전자정보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하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전자정보뿐 아니라, 전자정보에 대해서도 적용될 증거개시절차 및 증거개시규칙-즉, 전자증거개시-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해석해 왔다. Zubulake 판례의 판시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자유로운 증거개시는 미국 소송절차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그 범위 역시 상당히 넓다.
- “…최근 대법원은 ‘미국의 간소화된 변론 기준은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데에 있어 자유로운 증거개시와 약식판결신청을 통해 보충되어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따라서, 광범위한 증거개시가 연방민사소송규칙에 따른 소송절차의 기초라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연방민사소송규칙은 왕성하고 광범위한 증거개시를 통하여 사안을 구체화함으로써 소송개시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증거개시 역시 일반적인 증거개시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전자정보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자정보와 관련서류들이 증거개시절차와 중재절차에서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전자증거개시와 전자정보는 미국 내에서의 소송뿐 아니라 국제중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자증거개시가 국제중재에 미치는 영향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ICC Arbitration Rules)에 따라 국제중재절차를 이용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제 전자정보를 제출하여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리인들은 미국 연방 법원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국제중재절차에서도 증거개시 또는 전자증거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중재기관, 중재인 및 중재 당사자들은, 문서 교환에 의한 전자증거개시와 같은 제도는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하게 될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물론 국제중재에서 문서 교환과 전자증거개시는 미국식 소송절차에서보다는 다소 제한되겠지만, 증거개시와 유사한 절차는 존재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국재중재에 있어서의 전자정보 관련 문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음은 다른 중재기관들 또한 전자정보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국제분쟁해결센터 (International Center for Dispute Resolution, ICDR)와 같은 기관들은 전자정보문서의 제출을 규율하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제중재에서의 증거조사에 관한 국제변호사협회규칙(IBA Rules of Taking Evidence i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IBA Rules)은 전자정보 제출에 대한 더욱 상세한 지침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전자정보의 제출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요구 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전자증거개시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전자정보문서의 양과 범위는 중재인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할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그들은 전자정보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하며 계속 이 문제를 피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닥칠지 모르는 중재와 소송에서의 전자정보에 대한 제출요구에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상대방의 전자정보 제출 요구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상대방에 전자정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유용한 증거는 전자정보를 포함한 문서의 교환 없이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자증거개시는 국제중재에서의 성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해 나감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분쟁 해결을 위한 소송이나 중재절차에 직면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상업에는 항상 상사분쟁의 위험이 따르며,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는 상사분쟁은 결국 소송과 중재재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안 사항

한국기업들은 사전 대비책으로서, 다음과 같은 전자증거개시의 절차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1) 전자정보의 보전·증거 보전의 의무 준수
(2) 전자정보의 수집·증거개시 요구에 응하기 위한 문서의 수집 (정보의 위치파악, 수집 용량확인, 자료의 색인화 및 자료의 수집)
(3) 전자정보의 처리·검토할 자료의 발췌와 준비 (중복된 자료를 제거 - 키워드, 파일형식, 데이터 범위의 제한을 통한 검색양의 축소)
(4) 전자정보의 검토·서류의 분류와 수정 (관련성, 특별보호여부, 기밀여부에 따른 분류)
(5) 전자정보의 제출·상대방 대리인에게 상호 동의한 형식의 전자정보 전달 (원형 혹은 변경된 형식)
앞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국제 소송이나 중재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장차 이루어질 소송 또는 중재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효과적으로 파악, 수집 및 분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자증거개시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은 오늘날과 같은 첨단 정보통신시대에 전자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실패한 코오롱을 비롯한 다른 수많은 기업들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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