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5일 목요일

[종합] 내란음모 재판…압수한 디지털증거 '무결성' 공방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205_0012568937&cID=10803&pID=10800

노수정 기자 = 내란음모 14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지난 8월 이석기 피고인의 주거지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압수한 CD 등 디지털매체 증거의 무결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5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국정원 소속 디지털 포렌식 전문 수사관 권모씨와 한모씨를 비롯해 국정원 수사관 6명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다.

권씨는 지난 8월28일 이 피고인 주거지 압수수색에 포렌식 전문가로 참여한 수사관이고, 한씨는 같은달 28~30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 압수수색에 참여한 수사관이다. 한씨는 이 사건 제보자가 RO 회합에서 녹음한 녹음파일 47개의 해시값(Hash Value)을 직접 추출했다.

검찰은 권씨에 대한 주신문에서 "이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증거물 64점 가운데 디지털 증거물 24점은 모두 입회인들의 참여해 압수한 것으로, 해시값을 추출해 확인받은 뒤 봉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강조했다.

한씨에 대해서도 "국회 집무실에서 압수한 11점 가운데 디지털 증거 2점을 압수할 때도 입회인의 참여와 확인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 입회인들도 해시값을 확인하고 봉인과정을 지켜봤다"며 증거 확보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시작 전 이 피고인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집무실을 자유롭게 출입한 점을 언급하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물어 한씨로부터 "소형 저장매체의 경우 충분히 은닉하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아냈다.

반면 변호인단은 "디지털 증거의 경우 수정 등 조작이 용이해 위·변조 가능성이 높고 조작할 경우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조작했는지 판별할 수 없는 취약성이 있다"며 "디지털 증거를 압수한 경우 그 즉시 사무실에 복귀해 해시값과 생성시간을 분석보고서에 기록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나 이 사건에서 포렌식 전문가라는 증인은 제보자로부터 받은 녹음기의 해시값을 습기가 많은 일반 음식점에서 추출했다"며 "경찰의 '디지털 증거분석 지침'과 대검찰청의 '디지털 증거수집 및 분석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 집무실에서 압수수색이 지연된 것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참여권자'인 이 피고인을 비롯해 책임자인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게 영장 집행 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통합진보당 측 저지와 방해 때문이 아니다"라고도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씨는 "해시값 추출은 장소적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서 "포렌식 전문 수사관으로서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해 쓰기방지 기능 설정을 하고 해시값을 추출했다. 각각의 파일에 위·변조를 비롯한 편집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재판에선 국정원 수사관 윤모씨가 작성한 압수조서 등 수사기록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윤씨는 8월28일 이상호 피고인의 사무실인 수원시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에 참여해 당시 센터 직원인 한모씨가 '피의자 책상 위에 있던 다이어리 수첩과 피의자 사용의 랩탑컴퓨터의 은닉을 시도했다'는 취지로 수사보고서와 압수조서, 압수목록을 작성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다이어리 수첩이 최초 피고인의 책상 위에 있었는지, 랩탑컴퓨터가 피고인 소유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영장 집행사실을 고지한 상황에서 한씨가 다이어리 수첩과 컴퓨터 하드를 가지고 나려가려고 해 그렇게 판단했다"며 "다이어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 소유인지 확인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압수조서와 목록 중 문제가 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증거능력 인정 결정을 했다. 윤씨에 앞서 나온 국정원 수사관 이모씨의 수사보고서 등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녹취록을 인용하거나 단순히 신문기사를 출력해 첨부했다"며 증거채택 결정을 보류했다.

이밖에 5·12 비밀회합에서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철탑 파괴 녹취록을 토대로 한전 관계자,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철탑 절단 실험을 한 국정원 수사관 이모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실제 철탑(두께 25㎜·폭 250㎜)보다 3배 크고 13배 가량 무거운 신형 철탑재료로 실험했는데 절단에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기둥 4개인 실제 철탑을 자르는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실험에 참여한 교수는 철탑을 파괴하거나 무력화시시는게 쉽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실험 이후 작성한 실황조사서에 대해서도 전문가 진술부분이 실제 증언과 다르게 작성됐다는 변호인단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 부분에 대한 증거 채택결정도 보류했다.

다음 재판은 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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