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일 화요일

이메일 없는 회사? 아직은 꿈 같은 일!

이메일은 직장인들이 애증해마지않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최근 여러 스타트업들이 이메일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이메일이 아니다.
직원들이 검색 가능한 개방형 피드를 통해 프로젝트나 주제별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슬랙(Slack)은 올해 2월에 공개됐다. 슬랙은 최근 4,275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슬랙의 일일 실사용자수는 9만6,000명이다. 에어비앤비(Airbnb)를 비롯한 기업도 슬랙을 도입했다.
2011년 페이스북 엔지니어 출신들이 론칭한 아사나(Asana)는 ‘이메일 없는 팀워크’를 추구한다. 사용자들은 특정 업무를 생성하고 할당하며 해당 업무에 대해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우버와 포스퀘어 같은 IT 기업들이 아사나를 도입했다. 아사나는 유료 고객이 수천 명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얼리 어답터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들과 디지털 전문가들은 기술적, 사회적 장애물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이메일 없는 세상이라는 약속은 대다수 직장인들에게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글로리아 마크 교수는 이메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교수는 직장인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연구해왔다. 직장인들의 받은편지함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메일이 쏟아질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74회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직장인들의 주의는 산만해진다. 마크 교수가 주도하는 연구진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메일을 차단한 직장인들의 집중 시간은 길어졌으며 스크린을 전환하는 빈도도 낮아졌고 스트레스도 적어졌다. 스트레스 정도는 심박수를 측정해 짐작했다.
마크 교수는 이메일 사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몇몇 중소기업은 이메일이라는 오랜 습관을 버리는 데 성공했다. 오레곤주 포틀랜드 소재 온라인 프로그래밍 학원인 ‘트리하우스 아일랜드’는 총 직원 72명 가운데 대부분이 하루에 이메일을 받는 횟수가 두세 번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이 회사는 사내 커뮤케이션 수단을 힙챗(HipChat)이라는 메신저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라이언 카슨 CEO는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생산성도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랜 습관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발하는 ‘마이플래닛 인터넷 솔루션(이하 마이플래닛)’은 지난해 8월 슬랙을 도입했다. ‘채널’이라고 불리는 슬랙의 피드는 메시지, 파일, 댓글, 이미지, 동영상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트위터 피드를 비롯한 외부 정보도 끌어올 수 있다. 또한 동료들에게 포스트를 올렸다고 알릴 수도 있고, 개인적인 메시지도 전송할 수 있다.
슬랙을 사용하기 전에 마이플래닛의 총 직원 83명은 이메일과 스카이프, 야머(소셜미디어의 일종)를 오가야 했다. 하지만 회사가 슬랙을 도입한 이후, 슬랙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직원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기술 총괄 책임자인 야샤르 라술리는 여전히 많은 직원들이 스카이프에 매달렸고 이메일 사용량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이플래닛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슬랙을 도입한 이후 다른 동료들이 하는 일을 더 잘 알게 되긴 했지만, 너무 많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IT 마니아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새 이메일은 받은편지함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반면 슬랙에서는 새 메시지가 자동으로 피드의 상단에 위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각장애가 있는 직원들은 이들이 사용하는 장애인용 프로그램과 슬랙이 호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마이플래닛은 올해 4월부터 슬랙 사용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슬랙의 한 관계자는 마이플래닛이 슬랙 사용을 중단한 이후 슬랙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새로운 메시지는 피드 상단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또한 시각장애인 프로그램과도 호환되게 만들 계획이다.
슬랙의 스튜어트 버터필드 CEO는 제품의 한계를 시인했다. 특히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한 대기업의 경우 한계를 느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슬랙은 직원 규모가 50명에서 200명 정도인 회사에 가장 알맞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슬랙은 1만 명이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몇몇 대기업은 이메일 추방 캠페인을 과연 벌여야 하나 주저하는 입장이다. ‘슬랙’이든 ‘아사나’든 포춘 500대 기업을 고객사로 삼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어도비 시스템스의 작은 팀들이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버터필드 CEO의 설명이다. 그는 팀원들이 회사로부터 공식적인 승인은 받지 않은 채 슬랙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어도비는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슬랙과 아사나는 대기업 고객을 겨냥한 기능을 출시하고 있다. 버터필드 CEO는 포춘500대 기업 전체가 슬랙을 전사 차원에서 사용하는 날이 오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월풀은 구글챗과 구글드라이브 등 구글 제품군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약 7만 명 가량 되는 직원들에게 이메일만이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월풀은 이메일을 완전히 없앨 생각은 없다.
외부 세계와 장시간 커뮤니케이션하는 직원들은 이메일이라는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고객들도 신기술에 적응하기 귀찮아할 수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기술 애널리스트인 테드 섀들러는 고객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기술적, 조직적 장애물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슬랙은 ‘제한 계정’을 개발 중이다. 고객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특정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다른 영역에는 접근할 수 없는 계정을 뜻한다.
테드 섀들러는 기업에서 이메일이 사라지는 날이 그렇게 금방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사람들이 이메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구상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메일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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