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일 화요일

[펌] 우리에게 샵메일이 필요 없는 5가지 이유

출처 : http://www.freedomsquare.co.kr/1913

샵메일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이라 퍼왔습니다.

경제민주화 한눈에 알아보기
새로운 인터넷 표준이 생길 모양입니다. 바로 #(샵)메일입니다. @(골뱅이)메일보다는 어감도 좋고 품격도 좋습니다. 국격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고상한 이름의 새로운 메일을 등기우편, 범칙금, 과태료, 세금 납부서, 예비군통지 등의 법률적 효력이 있는 메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메일 종류를 보니 공포의 메일이 되겠습니다. #(샵)메일 자주 받는 분은 배우자 기피 1순위가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샵)메일은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들에도 그리 좋은 제안이 아닙니다. 그 이유를 우선 5가지만 꼽아보겠습니다.




1. 돈을 내야 합니다.

#(샵)메일을 쓰라고 한다면 쓰겠습니다. 아니 #(샵)메일 아니라 +메일 –메일, *메일, 무엇이든지 만들면 다 쓰겠습니다. 그런데 돈을 내야 합니다. #(샵)메일의 등록갱신 수수료는 국가 및 법인은 15만 원, 개인사업자는 2만 원, 개인은 1만 원(단, 개인의 경우, 정보 제공시 무료)입니다. 매년 내야 합니다. 너무 좋은 서비스인데 돈을 내야 하니 쓰고 싶지 않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공짜로 만들어 주는 메일인데 말이죠. 네이버나 다음은 서로 쓰라고 가끔 커피 쿠폰도 쏜답니다.


2. 지금까지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샵)메일이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면 어느 사업자든 만들었을 겁니다. 물론 무료이고, 가입하면 커피 쿠폰 같은 선물도 줬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사업자는 없었습니다. 독일에도 이런 비슷한 메일인 de-mail이 있었지만 거의 망해갑니다. 왜냐하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큰 불편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미국도 이런 서비스를 이미 시행 중이지만 사용자는 거의 없습니다. 홍보가 안 된 게 아니라 필요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3. 그리 안전하지 않습니다.

표준화된 이메일 서비스는 보안에 대한 개발과 검증, 보완이 선 순환적으로 이뤄집니다. 수만 개의 업체가 표준화된 문법하에 보안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솔루션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샵)메일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몇몇 서비스 사업자의 기술력에만 맡기기 때문입니다. 굳이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특정업체에 이런 십자가를 지워야 할까요? 무료인 썬더버드 클라이언트 같은 서비스는 #(샵)메일과 같이 암호화하여 전자서명이 가능한 서비스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썬더버드가 더 검증도 되고, 안전해 보입니다. 물론 썬더버드 역시 사용자가 없어 망해가고 있습니다. 무료인데도 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별로 필요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4. 공인인증서와 너무 비슷합니다.

#(샵)메일이라는 이름에서 느꼈듯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또한 표준인증기술(PKI)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서비스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공인인증 서비스입니다. 공인인증 서비스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은 인터넷에서 해외 사이트의 물건을 사는 데 문제가 없어도, 해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기 힘듭니다. 수출은 안 되고 수입만 됩니다. 이런 비창조경제적인 서비스를 왜 우리나라 기업들은 도입하고 있을까요?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강요했기 때문입니다. #(샵)메일 서비스도 이런 비슷한 서비스가 되기 쉽습니다. 표준과 동떨어진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불편만 가중되고, 해외에서는 비웃음이 되기 쉽습니다.


5. 불편하다.

메일을 보낼 때, 우리가 주로 쓰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을 통해 보내거나 이메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에서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샵)메일은 정부가 지정한 7개 사업자의 홈페이지에서만 보낼 수 있습니다. 상당히 불편한 시스템입니다. 게다가 이처럼 정부가 주도해서 독점적으로, 특정 홈페이지에 트래픽을 몰아주는데도, 돈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입니다.


이렇게 서비스를 독과점식으로 몰아주는 행위는 인터넷 골목상권침해 여지도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 경제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어느 사업자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합니다. 그럼 무료도 생겨나고, 선택의 폭도 넓어집니다. 사용자도, 서비스 업체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 표준에 맞는 문법과 투명하고 개방적인 사업자 선정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게 정부가 할 일입니다.

오늘날의 인터넷을 만든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는 인터넷의 정신이 참여와 공유에 있다고 말했고, 그것을 위해 www의 접속을 무료로 공개했으며 표준화된 웹 문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후, 웹은 참여와 공유, 무료와 표준의 법칙을 벗어나 성공한 경우를 보기 힘듭니다.



#(샵)메일의 근본 취지는 좋습니다. 우체국 마감 시간에 맞춰 등기를 보내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시간과 노력,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선택 서비스여야 합니다. 운동이 부족한 경리에게 운동의 기회를 뺏어 고지혈증이나 협심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십 년에 한 번 등기우편을 보낼 작은 회사에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100명의 편리함보다는 1명의 불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가주도 사업이어야 합니다. 만약 선진국이라면 말이죠. 단, 후진국의 경우는 무조건 하라고 국민에게 강요하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보안을 위해 www라는 주소 대신에 yyy를 쓰고, @메일 대신 #메일을 만들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이미 궤도에 오른 서비스에 새로운 개념의 문법을 탄생시키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정부가 주도하고 반강제화하는 식의 추진은 옳지 않습니다. 웹 표준에서 벗어나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야 하며,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상생 경제가 아니라 독점경제이며, 창조경제가 아니라 파괴경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기초기술 연구의 장려와 편리한 사용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에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해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사업권을 누군가에게 지정하는 것은 과거 정부의 실패했던 정책들과 오버랩 됩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적이고, 창조적이며, 과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글. 김정철(기즈모 : http://www.gizmoblog.co.kr ) | 소셜프렌즈
현재 자동차 전문 미디어 <카미디어> 이사로 몸 담고 있고, 디지털 칼럼니스트 활동하면서 톡톡튀는 디지털 이야기로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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