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기사] [디지털산책] 포렌식의 새로운 도전,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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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포렌식의 새로운 도전, 클라우드
형사소송은 범죄를 인정하여 형벌을 과하는 절차이다. 이런 형사소송의 근간을 이루는 큰 지도이념 중 하나는 실체진실(實體眞實)의 발견이다. 국가의 형벌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법정에 명확히 현출돼야 하므로 실체진실의 발견은 형사소송의 최고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지도이념은 적정절차(適正節次)의 원리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리가 민주주의의 근본원리이므로 국가는 원칙적으로 국민에게 형벌을 과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국민에게 형벌이 과하여질 수 있을 뿐이고, 이때에도 죄와 형벌은 법률에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형벌행사가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위 두 가지 지도이념은 상호보완적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상충하는 원리이다. 실체진실의 발견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적정절차의 준수가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개정의 역사는 수사의 효율성을 앞세움으로써 인권보장이 소홀해진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권보장의 강화는 수사기관이 청구한 영장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심사를 강화시켜 왔고, 이런 법원의 태도는 수사에 있어서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법원이 201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형사재판 운용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06년 6만2000여 건에 달하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011년에는 3만7000건으로 크게 줄고 전체 형사사건 피의자 중 구속 피의자의 비율은 2.07%에서 1.25%로 낮아졌는데도, 같은 기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16.4%에서 23.8%로 7.4% 포인트나 증가하였다. 반면 금융거래내역, 통화내역 등 객관적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06년 6만2100여건에서 2011년 10만9100여건으로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99%이던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이 2011년 98%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객관적인 증거수집 기법의 활성화 경향이 정착돼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법원이 선호하는 객관적 증거 중 하나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에 있다. 범죄의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정보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범죄수사의 공조범위가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 것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큰 원인은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중심으로 2000년대에 빛을 발했던 전통적인 디지털 포렌식 기법들이 갖가지 신종 모바일 기기(스마트폰ㆍ태블릿PC, 심지어 앞으로 상용화될 구글안경 등)의 등장,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의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등장 등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도전을 맞이한 데 있다. 이런 와중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는 디지털 포렌식에 특히나 새로운 도전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프라나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IT자원을 수요자가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로서 사용한 만큼 과금하는 방식(on demand)의 것을 일컫는다. 클라우드로 인해 이용자의 단말기에 중요한 정보가 저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의 데이터센터에 압수수색을 한다 해도, 가상화와 이중화에 크게 의존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있던 공간이 덮어씌워질 가능성 즉 복구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의 데이터센터는 서비스를 제공되는 국가의 영토 안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어 형사사법 관할권의 문제를 야기한다.

요컨대 클라우드는 표준화된 데이터 분석 및 추출 기술의 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의 정비와, 형사사법의 관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지원을 총괄하는 거대한 도전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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