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디지털 정보와 검증 -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디지털 정보와 검증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필자가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수사할 때 법원에 이메일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였는데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는 이메일까지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사유로 기각되었다. 이메일은 계정보유자만 접속권한이 있어 그 내용은 본인만 알고 있다. 압수수색을 집행하기 전에 범죄사실과 관련성을 알 방법이 없다. 이메일 제목을 보고 범죄사실과 관련성을 따지기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제목을 보는 것 역시 이미 영장의 집행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영장은 다시 발부받았지만, 디지털 정보의 확보가 압수와 수색의 개념에 들어맞을까 하는 의문은 남았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라고 한다.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 정보만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정보를 전부 식별하고 그 범죄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해당 정보저장매체의 전부에 대해 검색을 하지 않으면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 결국 대상 정보 전부에 대해 오감에 의한 범죄관련성 확인은 불가결하다.

정보저장매체에서 정보를 확인한 후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는 절차를 압수라고 볼 수 있을까. 압수는 물건에 대해 하는 것이다. 정보저장매체에 범죄사실과 관련있는 디지털 정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특정하여 출력하는 절차는 압수의 본질에 들어맞지 않다.
디지털 정보는 물건에 적혀 눈으로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정보저장매체에 전자기 상태로 기록되므로 특별한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오감에 의해 확인될 수 있는 문자 또는 영상으로 바뀐다.

디지털정보의 확인과 확보는 형사소송법상 검증에 다름 아니다. 본질적으로 검증인 디지털 정보의 확보절차를 압수수색을 통해 풀어온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taeeon.koo@tek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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