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일 목요일

日 도요타·닛산·덴쏘가 한국에 특허전쟁 걸어온다면…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가 소프트웨어 특허 공격을 받고 있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애플 등이 연합해 특허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드로이드 단말기 1대당 15달러의 기술료를 징수, 라이선스 비용을 상승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시장을 왜곡한다는 것. 구글은 또 단말기 1대당 약 25만건의 특허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렇게 비판하는 구글도 안드로이드를 지키기 위해 IBM에서 1023건의 특허를 사들였다. 모토로라 모빌러티를 125억달러에 사들였다. 1만6000건의 특허를 얻기 위해서다. 애플과 MS도 노텔 워크스(Nortel Works)를 45억 달러에 사들이는 등 특허라는 무기를 잇따라 사들이면서 일전(一戰)에 대비하고 있다. 

#구글의 반격과 국제특허 군비(軍備) 경쟁
국제 특허전쟁이 빈발하면서 특허 군비 경쟁이 현실화되자 특허 무기상과 특허전쟁 코치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업을 특허로 공격, 기술료를 착취하는 ‘특허괴물(특허 해적의 일종)’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직접 특허전쟁의 용병으로 나서거나, 특허에 약하거나 맹점이 있는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공격받은 회사는 서둘러 화전(和戰)하거나 특허 매입을 통해 무장을 강화한다. 

전쟁 때는 무기상이 돈을 벌듯이 특허전쟁과 특허침해소송이 빈발하면서 기업은 상처를 입지만 무기상(특허중개상 및 특허 괴물)과 특허전쟁코치인 특허변호사들은 큰 돈을 벌고 있다. 특허전쟁코치들은 코치비를 받을 뿐만 아니라 적군의 특허 성능을 분석, 이를 회피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추천하기도 한다. 무기상을 소개하거나 직접 무기거래(특허 매매, M&A 및 라이선스 등)에 나서기도 한다. 

#도요타자동차가 한국을 공격해 온다면
LG전자와 LG이노텍은 최근 BMW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 이들의 차량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딜러)·서비스 센터를 상대로 판매 금지소송을 제기했다. BMW와 아우디의 차량 헤드램프는 독일 오스람이 만든 LED를 쓰고 있는데, 이 LED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주장(소송)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들 외제차량은 한국에서 판매될 수 없고, LG전자 등이 출원해 권리를 확보한 해외에서도 판매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허전쟁이 최근 이(異)업종 간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허나 지식재산문제가 있는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할 경우 완제품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자동차에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이 장착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래의 차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사무실이 되고,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iCAR’ 시대가 올 것이다. 특히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친환경 기술 및 특허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막강하다. 자동차산업의 특허분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 폰 특허전쟁 다음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허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특허에 강한 도요타, 닛산, 덴쏘 등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상으로 특허전쟁을 걸어와 공장 가동이 상당 기간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려 패소하거나 세관 압류를 당한다면 수출 감소와 생산 중단에 따른 고용정지, 파산, 급여 삭감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되면서 전쟁에 준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은 자동차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무려 250만 명이나 되니 그 폐해가 엄청나게 클 것이다. 완성차 회사들은 자신의 특허전략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의 특허전략도 챙겨야 한다. 

#특허괴물,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2~3년 전부터 ‘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허괴물은 특허를 사업화해 산업 발전과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특허를 이용한 기술료 및 배상금 등을 노리고 특허분쟁을 자주 일으킨다. 대규모 자본을 갖춘 대형 특허괴물도 있지만 규모가 작은 것들도 많다. 작은 것들은 소유하고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적고, 특허의 강도도 약한 편이어서 강하고 넓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에 강하게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특허침해소송에 들어가는 최소비용(대략 80만~100만달러)에서 화해금액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면 대기업이 소송으로 대응, 특허괴물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은 자신이 발명한 특허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발명가나 파산한 벤처기업, 구조조정으로 분사 또는 매각되는 사업부문 등으로부터 저가에 매입해 포트폴리오로 만든다. 이렇게 얻은 특허는 통째로 팔거나, 빌려주거나, 특허소송 등으로 위협하는 일이 적지 않다.

미국에는 현재 크고작은 특허괴물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요즘에는 특허괴물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특허괴물로 인해 입은 피해액이 연평균 830억달러 정도에 이른다. 특허괴물이 주요 공격수단으로 이용하는 특허는 소프트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한·일 독도분쟁 이면에는 특허문제가…

한·일 간에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이슈가 독도 영유권 문제다.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는 특허적인 시각에서 독도 문제를 보는 것도 있다. 독도 근처의 심해 해저 5000~6000 지하에는 한국이 3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가 묻혀 있다고 한다. 이런 심해 해저 광물자원의 조사, 탐사, 채취, 운반, 저장, 가공 등에는 많은 기술적 공정이 필요한데, 그 기술들이 특허로 출원 등록되고 있다. 일본은 1991년 이래 5극(미국, EU, 일본, 중국, 한국) 간의 이 분야 특허출원 건수에서 약 64%를 독식하고 있을 정도로 강하다. 

일본이 독도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런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독차지하려는 것이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막강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분야의 우리나라 특허는 1%도 안된다. 우리나라가 조사, 채취, 가공 등을 통해 상용화하려고 해도 특허 문제에 걸릴 소지가 많다. 일본 특허들에 대해 특허법상의 강제 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두 나라 간에 되돌릴 수 없는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CEO를 잠 못 들게 하는 E-디스커버리

미국에서 발생하는 국제기업 간 분쟁·소송의 3분의 1 이상이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문제라고 한다. 향후 미국을 배경으로 한 특허분쟁 및 소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 및 외국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미국의 민사소송제도는 특이해서 법원의 본안 심리에 앞서 당사자 간에 먼저 증거를 수집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제도)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제도가 있다. 

2006년 12월 미국 민사소송규칙 절차가 개정되면서 페이퍼 디스커버리 대신 전자문서를 제출하라는 E-디스커버리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메일, 전자파일 등 전자정보의 급증으로 제출해야 할 전자문서의 분량이 폭증, 수백 기가바이트(GB)나 된다. 따라서 제출 자료의 보전, 수집, 분류처리, 검토 등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 제출해야 할 전자문서가 많은 이유는 “당해 기술의 개발 및 생산에 관련되는 조직도 및 관련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일 등 모든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요구된 정보가 누락, 훼손, 은폐 등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불리한 추정(adverse inference)’으로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벌금이나 손해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다.

E-디스커버리의 외부작업비용만 대충 40억원인데, 로펌에 지급할 특허소송 수행 비용(약 60억원)까지 합치면 100억원가량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런 엄청난 비용 때문에 특허침해 경고를 받거나 소송이 걸리면 서둘러 화해를 하거나 사운을 걸고 소송에 매달려야 한다. CEO들은 특히 E-디스커버리가 요구되는 특허침해소송에 
걸릴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화해금액을 주자니 억울하고, 큰마음 먹고 싸워 보자니 엄청난 비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떨어지고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비장의 무기인 특허를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허재관 
특허법인이지·(주)이지펙스 부사장 gbo1196@gmail.com

△IPMS 초대 회장 및 대한변리사회 사무총장 역임 △현 고려대 겸임교수(캠퍼스CEO과정),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저서 ‘기술거래가이드’ ‘지식재산전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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