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컴퓨터, 외장형 디스크 등 각종 정보저장매체를 이용한 정보 저장이 일상화돼 범죄수사를 통해 확보한 중요 증거가 디지털화 되고 있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판단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법상 디지털 자료는 피의자가 시인할 경우에 한해 법정 증거로 채택된다.
■檢 "수사 어떻게"..개정 보고서 제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 기준 완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쪽은 검찰이다. 수사 과정에서 디지털 자료를 확보해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현행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환경에서 범죄 수사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내부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한 연구활동도 적극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증거법 연구모임 결과를 올해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디지털 정보의 증거능력을 작성자 시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자료는 피의자가 부인할 경우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데 현행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증거"라며 "지금은 메일 등 디지털 자료를 수사하지 않으면 확보할 수 있는 범죄 증거가 극히 좁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디지털자료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되는 일반 문서와 달리 영상녹화물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피의자를 신문해 진술을 기재한 조사와 해당 진술을 영상녹화한 기록물을 달리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며 "과학기술을 활용,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영상녹화제도가 마련된 이상 일정 요건 하에 결과물이 법정에서 다퉈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작 위험성,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 인정에 부정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국회, 개정 추진..주요 선진국 증거인정 추세
정치권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판단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피의자 진술에 더해 디지털포렌식 조사관 등 객관성을 확보한 제3자 진술로도 증거능력을 인정받도록 법에 명시한 것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은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 일정상 9월 국감시즌이 지나가고 10월 정도에 해당 개정안이 상정돼 본격적으로 법률 심사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여야가 디지털자료의 증거능력 인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가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률 선진국은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디지털 자료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형사소송법은 증인의 법정 외 진술이 기억이 생생한 때 녹화되고 증인의 녹화 진술 내용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출 때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미국은 연방차원에서 영상녹화제도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지만 연방증거규칙에 기초해 진술서, 조서, 영상녹화물 등을 모두 법정 증거로 포함하고 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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